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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의 시장과 경제 양극화해소

작성자 : 장덕준 날짜 : 2026/06/26 12:25:44 조회 : 48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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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의 시장과 경제]역대급 불장의 이면…中庸 잃어가는 한국 증시

입력2026.06.26. 오전 11:09

수정2026.06.26.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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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금 블랙홀'
여전한 중소형주 코리아 디스카운트
어긋나는 정책 우선 순위·시장 신호

정부 약속 국민성장 ISA 조속한 출시
'상시적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도입
한국거래소 빨리 상장 '양극화 해소'
경제사상의 '시조'로 평가받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내세운 철학의 핵심 덕목은 '중용(中庸)'이었다. 이는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지혜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줄곧 우리 증시의 활성화를 역설하며 최적의 시스템 구축을 주장해왔다. 그렇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자본이 바로 그 중용의 역할을 맡아 부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명한 역사·사회·인문학자 카를 마르크스도 역시 주식회사가 지닌 '부의 공유화' 기능을 주목했다. 주식회사의 생산성에서 비롯되는 임금과 배당이 높아질수록, 서민과 중산층의 경제적 여력은 그만큼 넓어진다.

감개무량하게도 코스피 주가가 8000P선 이상에서 등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승장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우리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다. 반도체 업종의 두 기업,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블랙홀처럼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동안, 상당수의 중·소형주와 전통산업의 기업들은 투자자의 시야에서 멀어진 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꾸준한 이익을 내는 우량주조차 최근 1년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종목이 속출할 정도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기업의 약 70%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으로 집계됐고, 약 45%가 0.5배 미만, 약 18%가 0.3배 미만이었다. PBR 1배 이하 기업 비중이 5~10% 수준인 미국의 현황을 감안하면, 우린 가히 전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여겨진다.

애당초 증시 활성화 정책의 목표는 단순한 주가 부양이 아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은 '배당으로 먹고사는 나라'를 이야기했다. 국민들이 부동산 대신 기업에 장기 투자하고, 배당소득으로 노후를 준비하며, 그 신뢰 위에서 증시로 유입된 자금이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의 성장 동력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지배구조와 증시시스템 개혁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그리고 청산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주가로 고통받는 소액주주들을 돕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정권교체 이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법 개정, '배당소득 과세구조' 개편, '주가 누르기 방지법' 예고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향한 행보는 착실해 보였다.

그러나 반도체 활황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초심은 흐려지고 개혁의 바퀴는 멈춘 듯하다. 물론 반도체 시장의 활황은 우리나라에 큰 축복이다. 하지만 풍년이 왔다고 관개시설 확충과 농지 개량을 멈춘다면, 날씨가 나쁜 해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매년 풍년일 수는 없지 않은가. 상장기업의 45%가 청산가치 절반 이하로 거래되는 취약한 구조적 현실을 외면한 채로는 지속 가능한 증시 활성화도, 그로 인한 경제적 순수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 우선순위와 시장 신호가 어긋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해외에서 주가 차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던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나 국내 증시의 상당 부분을 투기 자금에 휘둘리게 할 수 있는 '반도체 레버리지 ETF'는 논의의 여지도 없이 번개같이 출시됐다. 반면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시장의 강한 요구에도 엄청난 저항과 함께 미지근하게 개편되는 데 그쳤고, 재정경제부가 6월 출시를 약속했던 '국민성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한국전력이나 기업은행은 웬일인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해 주주들을 실망시켰다. 이런 엇박자 행보는 결국 특정 업종 쏠림을 증폭시키고, 장기 배당투자보다 단기 투기를 장려하며, 기업 거버넌스 문제는 이제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다행히 6월19일, 적어도 이 나라의 수장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주식시장의 양극화도 심각한 자산 양극화를 부르기에 문제이자 걱정"이라며 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필자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취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약속한 국민성장 ISA 출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며, 애초 발표한 계획보다 대폭으로 확대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고자 한다면 배당 중심 투자문화 육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성장 ISA는 사실상 국내 주식 배당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로 설계되었기에, 규모가 커질수록 많은 자금을 장기 배당투자로 유도해 시장 양극화 완화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애초 한도 2억원일 경우 약 300조원의 자금으로 제시한 걸, 만약 한도를 5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자금 총 500조원이 향후 5년간 저평가 배당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3~5조원 정도의 배당소득세 감소를 우려할 수도 있지만, 급증 중인 증권거래세로 충분히 보전하고도 남을 것이다.

둘째,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비롯한 'PBR 저평가 해소'를 위한 법적 장치를 실효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상시적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다. 기업이 영업에 불필요한 과도한 현금이나 유휴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면서도 이를 활용하거나 주주에게 환원하지 않아 순자산 대비이익률(ROE)이 현저히 낮아지는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소액주주가 회사에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상법에 규정하는 것이다. 이때 회사는 부동산 자산 재평가를 반영한 청산가치, 상속·증여세법상 평가 기준으로 해당 주식을 강제 매수하도록 해야 한다. 소중한 자금을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라면, 최악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출구를 찾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

셋째, 한국거래소 상장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가 지속적인 증시개혁의 유일한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증시 활성화를 이어가려면 이를 일관되게 추진할 제도적 주체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정부와 국회가 모든 세부 사항을 일일이 챙기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선진국 가운데 거래소가 자체 상장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뿐이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 모두 특정 소수 종목이 시장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한 마디로 거래소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뜻이다. 거래소가 자체 상장을 통해 강력한 혁신 동력을 갖출 때, 비로소 우리 시장은 선진국 지수 편입과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양극화'는 결국 전체의 가치를 절하시킨다. 마카오와 카타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달러를 넘지만, 카지노와 석유 산업에 쏠린 구조 때문에 아무도 경제 선진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나친 쏠림을 경계하고 최적의 균형을 추구하는 중용. 오늘날 우리 주식시장은 그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